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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일본로봇박람회가 한국에 주는 시사점은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11.26 15:28

수정 2009.11.26 15:28

▲ 26일 도쿄 국제전시컨벤션센터 ‘빅 사이트’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규모의 ‘일본 국제 로봇 박람회(iREX 2009)’에서 일본 최대 산업용로봇업체인 야스카와는 인간과 같이 두 팔을 가진 다양한 ‘듀얼암 로봇’을 공개했다. 6축 다관절 로봇팔을 동시에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고속으로 다양한 방향의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도쿄(일본)=정상균기자】 26일 일본 도쿄 국제전시컨벤션센터 ‘빅 사이트(Big Sight)’. 이곳에 로봇강국을 자부하는 1000여종의 일본 로봇들이 모였다. 2년에 한번 열리는 ‘일본 국제 로봇 박람회(iREX 2009)’다. 일본의 로봇기술에 대한 자존심의 상징인 이 전시회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올해는 일본의 심각한 경기침체 탓에 2년 전에 비해 규모는 줄었다.
하지만 파낙, 야스카와 등 일본을 대표하는 로봇기업들이 산업용, 서비스 로봇의 첨단기술을 과시하는데는 손색이 없었다. 설비투자가 줄어든 탓에 산업로봇 시장은 위축됐지만 기술개발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결과다.

일본은 자국의 강점인 로봇기술을 활용해 자동차, 전자,기계산업에 국한하지 않고 의료, 생활복지, 식품, 서비스를 포함한 폭넓은 분야에서 차세대 로봇(산업용 및 서비스로봇)을 산업화하고 있다. 일본 정부도 로봇산업육성 로드맵을 정해 놓고 차세대로봇지능화기술개발 프로젝트와 같은 연구개발에 적극적이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선 일본의 산업로봇 기술이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 확연히 나타났다. 이를테면 비전, 인식, 모션, 액츄에이터, 모터 등 뛰어난 일본 제조·산업 로봇기술이 전문서비스 로봇에 광범위하게 접목되고 있다는 점이다. 타 산업과 로봇기술 융합에 정책 초점을 맞추고 있는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많다. 일본에 비해 원천기술, 부품 기술에선 우리나라가 뒤처지고 있으나, 다양한 콘텐츠와 상품화하는 앞선 경쟁력을 더 키울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다. 매회 일본 로봇전시회를 참관한 전대영 케이엠씨로보틱스 사장은 “세계 산업로봇 기술을 주도하고 있는 일본과 대등하게 경쟁하기 위해선 우리가 특히 잘하는 콘텐츠 개발능력을 발휘해 서비스로봇 분야에서 빠르게 제품화하고 시장을 선점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번 일본 로봇기술 발전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은 분명하다. ▲산업로봇 기술의 빠른 확장 ▲기술 융합과 꾸준한 추진 ▲정부,연구기관 주도가 아닌 기업 주도의 자생력있는 시장 창출이다.

■일본의 거침없는 산업로봇 진화 속도

이번 전시회는 일본의 산업용로봇의 발전속도가 얼마나 빠른지를 보여준다. 일본이 산업용 로봇이 포화상태가 아니라 아직 개척할 시장이 더 많다는 점에 주목한다는 얘기다.

IFR(국제로봇협회)에 따르면 지난 2007년기준 전세계 로봇 시장 규모는 81억달러로 추정된다. 그 중 72.5%가 제조업용 로봇인데, 이 시장의 3분1을 일본이 장악하고 있다. 일본의 산업로봇 시장은 연 5조원을 넘는다.

일본의 산업용 로봇 시장은 지난 2000년 6475억엔으로 정점을 기록한 뒤로 성장과 침체를 거듭하며 지난 2007년말 이후 역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로봇업체들의 기술개발 투자는 줄이지 않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 로봇산업은 10%대 성장해 9137억원대로 전망되고 있지만, 지난 2007년에 비해 로봇 설비, 기술투자 등은 크게 위축됐다.

▲ 파낙, 야스카와와 같은 일본 산업용로봇업체들이 내놓은 '패러럴(Parallel·병렬) 로봇'. ‘패러럴로봇’은 지능도 갖고 있어 색상별로, 제품 종류, 위치 별로 정확히 인식해 사람 손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정렬, 이송, 착상하는 작업을 유연하게 수행한다.


산업로봇에서 일본 로봇업체들이 내놓은 첨단 기술은 ‘패러럴(Parallel·병렬) 로봇’이다. 이번에 파낙, 야스카와 등 굴지의 일본 산업로봇업체들은 여러 종의 다양한 용도의 패러럴 로봇을 대거 공개했다.

‘패러럴로봇’은 쉽게 얘기하면 거미의 다리와 같이 생긴 3개 이상의 다관절 축이 맨 끝에 하나로 연결돼 있어 고속의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로봇이다. 지능도 갖고 있어 색상별로, 제품 종류, 위치 별로 정확히 인식해 사람 손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정렬, 이송, 착상하는 작업을 유연하게 수행한다. 이 기술은 우리나라에서도 확보하고 있으나 이 정도로 상용화하는 것은 엄두를 못내고 있다. 우리나라는 직각로봇이나 수평다관절 로봇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일본은 이미 신제품으로 상용화해 시장에 내다팔고 있을 정도로 앞서가 있는 것이다.

▲ 이번 전시회에서는 인간과 같이 두 팔을 가진 다양한 ‘듀얼암 로봇’이 대거 공개됐다. 6축 다관절 로봇팔에 지능(인식센서)을 갖고있어 정밀한 작업을 고속으로 수행할 수 있다.


인간과 같이 두팔을 가진 ‘듀얼암 로봇’도 기술의 발전이 놀랍다. 사람모양의 상반신 로봇으로 사람 몸통에 6축 다관절로봇을 좌우로 붙인 형태다. 두팔을 동시에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고속으로 다양한 방향의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색깔을 인식해 색깔대로 블록을 쌓거나, 물체 모양대로 정렬하는 속도가 놀랍다.

듀얼암 로봇은 향후 고속, 멀티작업을 정밀하게 수행하는 산업로봇에서 주류를 이룰 모델이다. 이또한 국내 연구기관에서 개발 중이지만,이미 일본은 상당수 로봇을 상용화해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전문서비스로봇으로의 기술 확장

이같은 고도의 첨단 산업용로봇 기술이 일본의 전문서비스 로봇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심각한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일본이 노인,환자 보조 로봇, 생활지원 로봇 등 전문서비스로봇 쪽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는 것. 하지만 일본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전문서비스로봇 시장이 열리지 않아 본격적인 제품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는 다시말해 우리나라가 이 분야에서 제품화에 앞선다면, 일본을 제치고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가능성은 크다는 얘기다.

일본 최대 산업로봇업체인 야스카와는 이번에 ‘생활지원 서비스로봇’도 함께 선보였다. 이름은 ‘스마트팔(smartpal)’. 7개 관절을 가진 두 팔을 가진 사람 모양의 로봇인데, 사람이 명령한 일을 수행한다. 이를테면 냉장고 안에 있는 음료를 꺼내오라든지, 책을 갖다놓으라는 등의 일이다. 또 회사나 공공기관에서 안내나 접수를 하는 서비스로봇 ‘스마트가이드3’도 눈에 띈다. 모니터가 얼굴이고 둥근 몸통을 가진 로봇이다. ‘움직이는 모니터’와 가깝다. 이 두 서비스로봇은 야스카와가 상용화를 앞두고 개발하고 있는 로봇이다.

야스카와가 이같은 개인서비스로봇에 투자하는 이유는 뭘까. 야스카와 신규로봇사업총괄부 겐지 마추쿠마 서비스로봇사업화 추진실장은 “야스카와는 서비스로봇에 수조원을 투자하고 있는데 앞으로 서비스로봇은 고객이 있으며 시장은 더 커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겐지 실장은 “일본은 서비스로봇 분야에서 로봇을 실제로 제품화하지 않고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은 상품화하는데 강하다”고 했다.

▲ ‘쓰바루(SUBARU)’라는 브랜드의 일본 자동차회사인 후지중공업이 제품화한 빌딩청소로봇. 이 로봇은 1대당 600만엔에 달하지만 2년 전보다 판매량이 두배이상 늘었다.


특히 일본 대기업은 전문서비스 로봇사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쓰바루(SUBARU)’라는 브랜드의 일본 자동차회사인 후지중공업이 대표적이다. 이번 전시회에서도 후지중공업은 지뢰탐지로봇, 농업용 약액주입로봇,빌딩청소로봇 등 제품화에 성공한 특수목적의 전문서비스로봇을 대거 선보였다.

실제로 후지중공업은 전문서비스로봇을 제품화해 수익을 내고 있다. 특히 1대당 600만엔에 달하는 빌딩청소로봇은 2년 전보다 판매량이 거의 두배이상 늘었다. 또 제약회사와 협업해서 약제생산 라인에 쓰는 전문로봇도 개발, 상용화했다.

이처럼 후지중공업이 전문서비스로봇에 주력하는 이유는 ‘일본 사회의 급속한 고령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지중공업 클린로봇사업 요시나오 오카무라 매니저는 “앞으로 일본 사회는 점점 노령화되면서 일손이 부족해진다”며 “이같은 로봇으로 부족한 일손을 대체할 수 있어 시장은 크고 개발할 게 많다”고 했다. 현재 우리나라가 초점을 맞추고 있는 산업과로봇기술이 융합방향과 일맥상통한다.

코트라가 낸 최근 보고서를 보면, 고령화에 따른 노동인력 부족과 서비스로봇 시장은 연관성이 높다. 실제로 일본의 서비스로봇시장은 지난 2006년 20억엔 수준에서 오는 2010년엔 65억엔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신규 메이커들이 진입하고 노인보조로봇 등 신규로봇 카테고리가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연구개발 수준이지만 이 가운데 상당수가 오는 2010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어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진다는 것이다. 일본의 업무용 청소로봇시장은 지난해 112%, 올해 111% 성장이 예상된다. 다목적 서비스로봇은 올해 33억엔 수준에서 내년에 120% 가까이 성장할 전망이다. 휠체어 로봇시장은 2억엔으로 내년에 200%이상 성장이 예상되는데 성장률이 가장 높다.

■네트워크 서비스로봇 한국은 포기, 일본은 상용화

글로벌 PC업체인 후지쯔는 서비스로봇 ‘에논(ENON)’을 지난해에 이어 이번에 선보였다. 2년 전에 내놓은 모델보다 훨씬 진화된 것이다. 네트워크와 연결된 이 로봇은 쇼핑몰, 레스토랑 등 서비스되는 장소에 따라 콘텐츠만 바꾸면 서비스 형태가 얼마든지 달라지는 게 특징이다.

후지쯔는 일본에서 ‘에논’을 상업용 서비스로봇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26대의 ‘에논’이 일본의 대형쇼핑몰, 마트 등에서 안내하며 쇼핑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다. 후지쓰는 중소 마트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 후지쯔가 상용화한 서비스로봇 ‘에논(ENON)’. 26대의 ‘에논’이 일본의 대형쇼핑몰, 마트 등에서 안내하며 쇼핑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다. 한번 충전해 2시간 정도 움직였던 ‘에논’은 현재는 8시간은 거뜬히 움직이며 쇼핑객을 도와줄 수 있으며 지능도 높아졌다. 또 이번에 개량한 로봇은 팔을 몸통에 아예 붙여버렸다.


에논은 2년 전에 비해 기능도 업그레이드됐다. 한번 충전해 2시간 정도 움직였던 ‘에논’은 현재는 8시간은 거뜬히 움직이며 쇼핑객을 도와줄 수 있으며 지능도 높아졌다. 형태도 달라졌다. 2년전 로봇전시회때 상용화한 모델은 두 팔이 움직였는데, 이번에 개량한 로봇은 팔을 몸통에 아예 붙여버렸다. 신지칸다 후지쯔연구소 연구원은 “서비스로봇에서 팔은 악수하는 등의 단순한 동작을 할때 말고는 필요가 없다”며 “실제로 팔이 꼭 필요한지를 보기위해 팔을 붙인 모델을 만들어 시장을 반응을 보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처럼 일본은 서비스로봇 시장 창출을 위해 효율성에 우선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는 일본이지만, 실제로 시장에서 내다파는 서비스로봇의 경우, 최대한 경제적이면서 수지타산이 맞는 기능 중심의 로봇을 개발한다는 점이다.

후지쯔는 서비스로봇을 개발에 그룹차원에서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 케이쥬 오카바야시 후지쓰 인간중심컴퓨팅연구원 책임자는 “로봇은 차세대 노트북이다. 다음 세대가 이런 모양의 컴퓨터가 되지 않을까”라면서 “ 노트북 PC처럼 로봇을 수만대 팔 수 있는 사업으로 키울 생각이며, 우리가 하는 네트워크 서비스사업차원에서 서비스로봇 쪽에 투자를 많이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로봇을 개발 함으로써 회사 성장동력 자체가 향상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후지쯔도 고민이 있다. 로봇 판매 가격이다. 칸다신지 연구원은 “이 서비스로봇을 만드는데 투자하는 비용, 시간에 비해 가격이 매칭하지 않는데 이게 제일 중요한 과제”라며 “고객이 생각하는 것과 성능이 맞아야 한다는 점에서 이 로봇을 소비자들이 구매할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하는 게 숙제”라고 했다.

과거 네트워크 서비스로봇 사업을 정부 주도로 추진하다 정부부처 통폐합 등의 이유로 자금지원을 끊어면서 사실상 중단된 우리나라와 크게 다른 점이다.

실제로 2년전 이 전시장에서 기자와 인터뷰 했던 칸다 연구원은 당시, 한국 네트워크 로봇에 관해 “한국 로봇기술을 높이 평가하지만 아직은 일본이 우위라고 생각한다”며 “한국 네트워크로봇은 일본과 비슷한 로봇이 많다. 한국에서 독자개발한 로봇이 나온다면 일본도 자극받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그러나 일본은 대기업 주도로 네트워크 서비스로봇 사업을 지속하고 있는데 반해, 정부자금에 의존했던 중소 규모의 우리나라 업체는 상당수가 네트워크 서비스로봇 사업을 포기해버렸다.

■한국 로봇도 참가, 세계시장 개척 나서

이번 전시회에선 한국 로봇기업 15개사 참가해 시장성을 타진했다. 유진로봇은 청소로봇 아이클레보, 유아교육용로봇 아이로비큐를 내놓고, 일본 바이어들과 비즈니스상담을 벌였다. 다사로봇은 강아지로봇 ‘제니보’를, 한울로보틱스는 청소로봇 ‘오토로’를 선보여 일본시장 진출을 모색했다.

이병수 한울로보틱스 사업본부장은 “일본에선 미국의 아이로봇 ‘룸바’가 가장 많이 팔렸는데, 한국 업체들의 청소로봇은 이보다 성능이 더 뛰어나다”며 “일본의 청소로봇 시장은 우리에겐 아주 큰 시장”이라고 했다.

대전지역 로봇기업들은 일본 AIST(산업기술종합연구소)를 방문해,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일본 로봇기술 개발 수준을 현장에서 파악하는 좋은 기회를 가졌다.


▲ 유진로봇, 다사로봇, 한울로보틱스 등 15개 한국로봇업체들이 모여있는 '한국전시관'에 일본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또 26일 한·일 양국의 로봇협회 및 정부당국자가 만나 서비스로봇 교류를 확대하는 ‘한·일 서비스로봇워크샵’도 가졌다.
이와별도 전시관 한쪽엔 코트라가 주관한 ‘한국부품산업전’도 동시에 열려 자동자, 전자전기, 로봇 등의 국산 부품을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skjung@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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