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네트워크] (9부)콘텐츠 넘어 콘텍스트까지

[미래네트워크] (9부)콘텐츠 넘어 콘텍스트까지

2020년께면 물리적 공간의 활동 상당부분이 네트워크 공간에서 보완, 대체된다. 병원만을 예로 들자면 캡슐내시경 등의 마이크로머신을 이용한 전체 소화기관의 저침습 검사가 널리 보급되고, 수술실에서도 가상현실(VR) 기술을 구사해서 원격수술 시스템이나 마이크로머신과 로봇을 응용한 저침습 외과수술이 이뤄지는 식이다. 이처럼 미래 네트워크 기반 환경의 서비스는 더 이상 단순한 통신 서비스가 아니다. 미래 네트워크와 기존 서비스 산업이 융합, 완전히 새로운 공간 서비스로 전환되어 나타나게 된다.

◇ 모든 것이 서비스의 대상=미래 네트워크라는 새로운 공간에서 제공되는 서비스는 인간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과 직접적으로 관계된다. 인간의 효용성, 인간의 삶과 접촉하는 특성, 인간의 생활 영역 크기나 활동 범위의 공간적 크기, 사물의 존재 위치, 사물과 인간의 소유 및 상호작용 관계, 사물의 영향력 정도, 사물의 개체 수, 사물의 고정성과 이동성, 자연적 특성, 다른 사물과의 관련성 등이 그런 것들이다.

미래 네트워크 서비스의 대상은 인간의 생명과 건강에서부터 국가적인 국방과 치안 영역에 이르는 분야까지 한정을 두지 않는다. 중요 의식주, 경제활동, 정보통신·미디어, 에너지교통환경 등 각종 영역을 구성하는 공간과 그곳에 포함되는 사물이 모두 포함된다. 대상의 크기에 제한을 두지 않는 것도 물론이다. 나노 크기의 DNA부터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세균, 센티미터 단위의 캡슐, 건물이나 숲, 또는 호수같이 수백km 크기의 물체까지 매우 다양한 사물의 네트워크화, 지능화가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 from Contents to Context=결국 미래 네트워크는 그 위를 통해 전달되는 서비스가 소비자에게 무엇을 주는 지도 바꾸게 된다. 미래 네트워크에서 다양한 방통융합 콘텐츠를 유통시키는 것은 그 역량의 아주 일부분만 사용해도 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미래 네트워크의 대부분의 역량은 서비스를 전달하는 맥락과 환경을 관리하고 제어하는 데 집중된다. 길거리의 안전을 지키는 경비로봇, 시설의 지킴이나 지역정보를 안내하는 다양한 로봇 서비스가 미래 네트워크를 통해 제공되는 것을 상상해보면 이해가 쉽다. 이런 서비스 로봇은 도시 네트워크를 이용한 원격 시스템과 실시간으로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로봇의 정밀한 이동, 작업 지시, 인간의 식별 센서를 비롯한 감성 인터페이스를 미개하고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는 일은 미래 네트워크의 중요한 기능이자 역할이 된다.

이럴 때 네트워크 서비스를 더 이상 단순하게 그저 방통융합 서비스라고 부를 수 있을까. 사람들에게 제공되는 것은 기존의 단순한 서비스에 서비스와 관련된 맥락까지 더해진 것이다. 하원규 전자통신연구원 박사는 “네트워크가 이용자의 의도를 파악해 적절한 처리를 해 줄 수 있을 정도까지 우수해졌기 때문에 이 같은 일이 가능해진다”며 “기존 서비스가 ‘콘텐츠(Contents)’ 서비스였다면 미래 네트워크의 서비스는 ‘콘텍스트(Context)’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세계가 변화한다=결국 미래 네트워크에서는 10Gbit에서 수백 Gbit의 데이터 전말을 목표로 하는 초광대역 연결형 서비스, 초광대역 미디어 서비스(HBMS)가 부상할 전망이다. 고품질 시네마 영상이나 고임장감 실감 서비스를 지연시간이 거의 없이 안정적으로 분배할 수 있어야 콘텐츠를 넘어 콘텍스트까지 전달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미래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또 하나는 효과는 이것이 우리나라에 새로운 지능구조 시대를 열게 된다는 점이다. PC를 기반으로 하는 웹이 탄생한 지 불과 15년 만에 우리 생활을 극적으로 변화시켰듯이 전체 국가 차원의 지능통신 플랫폼이 구축되면 1980년대의 IBM, 1990년대의 MS, 2000년대의 구글이 제공한 것 과 같은 새로운 지능공간 서비스를 전 국민에게 제공하는 도약의 기회가 올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구글을 필두로 한 웹2.0의 세계가 네트워크 효과를 중심으로 한 정보 집합의 세계였다면 미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미래는 모든 사물에 연결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모든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물 간의 관계를 해석해 이를 기반으로 맞춤형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해야만 한다.

미래 네트워크 세상은 20여년 전 슈퍼컴퓨터 능력을 모든 사람이 언제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는 시대다. 다양한 플랫폼과 사물이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시대, 이 시대의 서비스는 우리 삶의 질을 바꿀 직접적인 촉매가 될 전망이다.

최순욱기자 choisw@etnews.co.kr

■SF에서 구현된 미래 네트워크 서비스

공상과학(SF)은 현재의 기술과 상황을 기반으로 여기에 과학적 개연성과 상상력을 더해 미래를 예측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많은 SF 영화들은 그 매체적 특성 때문에 다양한 미래의 모습을 시각화해 왔다. 물론 그 중 몇편은 미래 네트워크 사회의 서비스가 어떤 형태로 구현될 것인지를 짐작케 한다. 1989년작 ‘백투더 퓨처2’와 2002년작 ‘마이너티리 리포트’에서 묘사된 미래 네트워크 서비스는 제작 시기에 강산이 한번 변하고도 남았지만 상당부분 유사하다.

‘백투더 퓨처2’에서 미래로 와 정신을 잃은 주인공의 여자친구를 경찰이 집으로 데려다 주는 장면이 나온다. 이름, 신원, 나이, 아무 것도 알 수 없지만 지문을 그자리에서 입력하자마자 전과 여부, 주소, 병력 등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영화에서는 경찰이라는 공공서비스의 형태로 나타났지만 미래 네트워크에서는 이 같은 정보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하다. 병력이 검색되었다면 건강식품 쇼핑이나 운동 프로그램 예약을 권하거나 하는 식이다.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이 같은 서비스는 훨씬 구체적으로 묘사됐다. 주인공이 도망 중 백화점을 빠져나갈 때 공간이 자동적으로 홍채인식으로 개인 데이터를 파악, 주인공의 수요에 맞는 서비스를 분석해 공간에 내장된 캐릭터가 바로 상품을 권한다. 특히 이 영화에서 묘사된 광고와 사람의 관계가 주목되는데, 백화점이라는 공공의 공간에서도 특정 고객의 수요에 맞춘 정보를 선택해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공간이 각 개인의 데이터를 식별해 맞춤식 정보를 제공하면서 다양한 서비스를 활용하게 만드는 것이다. 네트워크로 공간에 고도화된 지능을 분산 배치해 다양한 컴퓨터, 로봇 등을 제어함으로써 공간 자체를 똑똑하게 만들었다고 하겠다. 이것이 바로 네트워크와 공간이 스스로 보고, 듣고, 판단해 최적의 조치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래 네트워크의 단적인 모습이다.

최순욱기자 choisw@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