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테크] 실리콘-실크 전자장치

[핫테크] 실리콘-실크 전자장치

 사람 몸에 혈당지수 측정 센서를 심을 수 있을까. 실현되면 때에 맞춰 주삿바늘을 몸에 찔러야 하는 당뇨 환자에게 유용할 것이다. 또 사람의 신경체계에 상응하는 전극회로를 몸 안에 이식할 수 있다면 인류의 삶에 건강한 혁명을 불러올 것이다.

 한국인(김대현·김윤성)을 포함한 미국 내 몇몇 대학의 과학기술자가 몸에 이식할 수 있는 ‘실리콘-실크 전자장치’를 만들고 있다. 거의 완전하게 몸 안에서 녹는 얇고 유연한 실리콘-실크 회로기판이 핵심 기술이다.

 그동안 동물에게 전자장치를 이식하려면, 몸으로부터 장치를 보호할 싸개를 먼저 찾아야 했다. 몸 안 화학물질에 예민한 전자장치가 견뎌내지 못하기 때문. 싸개가 너무 강력해도 탈이다. 몸이 싸개를 거부할 수 있으니까. 결국 몸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전자장치를 보호해주는 기술을 찾아야 하니 매우 까다롭다.

 연구팀은 실리콘-실크 전자장치에는 이러한 싸개가 필요 없다고 설명했다. 얇고 유연한 실크 회로기판을 생물학적 조직에 ‘순응’시켰다는 것. 특히 일정 시간이 지나면, 실크는 녹고 실리콘 회로만 남게 했다. 실리콘 회로도 몸 안에서 염증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게 연구팀의 주장이다. 회로 길이가 약 1㎜, 두께가 250나노미터㎚에 불과해 몸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실리콘으로 새긴 트랜지스터를 얇은 실크 필름 표면에 옮기기 때문에 회로에 이음매도 없어 동물 몸에 ‘거의 일치’시켰다고 덧붙였다.

 1㎚가 머리카락을 약 8만분의 1로 쪼갠 크기니, 회로의 두께가 ‘있으나 마나 하다’는 얘기다.

 연구팀은 지금까지 염기성 액체와 함께 쥐를 이용한 동물 이식 실험을 했다. 이를 바탕으로 실리콘-실크 전자장치가 동물에 부작용 없이 이식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몸 안 트랜지스터가 인지할 수 없을 만큼 작아 트랜지스터로 작동해도 고통을 느낄 수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이다.

 연구팀은 앞으로 ‘실리콘-실크 발광다이오드(LED)’를 개발해 혈당을 늘 점검해 보여주는 ‘광학 문신(타투)’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사람의 신경 체계에 소통·상응하는 전극 회로에도 이용할 길을 튼다는 목표를 세웠다. 과연, 안전할까.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