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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미래,로봇에 달렸다] (4) 현대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12.29 16:43

수정 2009.12.29 16:43



현대자동차그룹의 경기 의왕 연구센터는 미래 차량·로봇 핵심기술을 개발, 테스트하는 연구기지다. 8만377㎡ 부지로 축구장 9개를 합친 것과 맞먹는 국내 최대 규모다. 현대차의 지능형로봇 기술을 개발하는 중앙연구소도 최근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민·군용 로봇을 개발하는 현대로템 연구소도 이곳에 있다.

현대차는 올해 지능형 로봇 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10여년 전부터 도요타, 혼다 등 일본 자동차기업들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비롯해 생활편의 로봇, 무인차량 기술 등 지능형 로봇 개발에 뛰어 들어 상당한 원천기술을 확보한 것에 비하면 늦은 출발이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계열사들이 갖고 있는 지능형 로봇기술 개발을 그룹 차원에서 통합 추진하면 시너지를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를테면 군수 로봇 쪽은 현대로템이, 민수용은 현대차가, 부품은 현대모비스가 협력하는 식으로 역할을 분담해 현대차그룹의 로봇기술을 종합, 발전시킨다는 전략이다.

■현대차,‘일본을 넘어선다’

현대차그룹의 중앙연구소는 인간편의연구팀(로봇), 지능형 안전연구팀(무인차량), 환경에너지연구팀(친환경에너지), 기반기술연구팀(신소재) 등 4개 팀으로 구성돼 있다. 로봇·차량 분야 연구 핵심인력들을 다 불러 모은 것. 현대차 그룹은 오는 2013년까지 지능형 로봇 등 미래기술 개발을 위해 연구소에 2500억원가량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의 로봇 연구개발(R&D) 핵심은 자동차에 접목할 수 있는 지능형 로봇기술 확보다. △차량이 위험을 스스로 판단하는 인간 중심의 지능형 차량제어기술 △사람과 자동차가 상호작용(인터랙션)할 수 있는 HRI(Human-Robot Interaction)기술 △차량 디지털컨버전스 기술 △산업용 웨어러블(착용형)로봇 기술 △무인 원격제어 기술 △원격 의료 진단·진료 기술 등 다양하다. 이를 통해 ‘무인자율주행 로봇’을 개발하고 향후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 등으로 기술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현대차는 내년 9월 ‘무인자율주행자동차’ 경진대회를 연다. 지능형 로봇사업을 구체화한 첫 모델이다. 완성차 업체가 무인자율경주대회를 여는 것은 현대차가 세계 처음이다. 무인자율주행차는 도로 환경에 맞춰 조향, 변속, 가속, 브레이크를 스스로 제어해 주행하는 일종의 무인이동 로봇이다. 현대차는 이를 통해 인식-판단-주행하는 다중센서 융합기반의 로봇원천 기술을 확보하게 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앞으로 ‘자동차=로봇’이 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군사용은 현대로템이, 민수용 자율주행기술은 현대차가 연구개발을 추진 중인데 앞으로 두 기업의 기술이 통합돼 발전한다면 민·군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대차에 앞서 로봇 개발에 나선 현대로템은 소방방재 로봇을 내년에 상용화한다. 이 로봇은 현대로템의 자율주행차량 기술과 전기동력장치 기술 등이 융합된 전문서비스 로봇이다. 작은 전차 모양의 화재진압 로봇은 방향을 틀 수 없는 좁은 장소에서도 제자리에서 회전하면서 물을 살포할 수 있다.

소방 로봇은 차체의 기반기술을 활용하면 다양한 민·군용 전문서비스 로봇으로 활용할 수 있다. 감시·정찰 로봇, 무장공격용 전투 로봇, 공항 조류퇴치 로봇, 지뢰탐지 로봇 등이 그것.

이와 함께 현대로템은 현재 △네발로 이동하는 수송·정찰용 견마 로봇 △360도 회전하는 자율주행차량 로봇 △무인자율 로봇 기술 등도 함께 개발 중이다. 현대로템은 오는 2020년까지 로봇사업에서 매출 1조5000억원을 달성할 예정이다. 김영수 현대로템 상무는 “내년에는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맞춤형 로봇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라며 “국내외에서 반응이 좋은 소방 로봇과 필드 로봇을 상용화 단계로 업그레이드 할 것”이라고 했다.

■현대중공업,‘수술 로봇’ 시장 개척

현대중공업은 자동차·액정표시장치(LCD) 제조 로봇에서 의료 로봇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우선 현대중공업은 특허권을 갖고 있는 큐렉소와 함께 내년 상반기에 인공관절 수술 로봇 ‘로보닥’을 국산화한다. 현대중공업은 로보닥의 본체 및 제어기 개발을 맡는다. 무릎관절 수술 로봇에서 뼈를 정확하게 잘라내는 역할을 하는 로봇팔 부분이다. 인공관절 수술 로봇 시장 규모는 오는 2015년 2조원대에 달하는 등 큰 성장세가 기대되는 분야다. 김성락 현대중공업 로보틱스연구실장은 “제조로봇 기술을 기반으로 앞으로 수술 로봇뿐 아니라 진단·재활 로봇도 개발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자동차 조립 등 산업용 로봇을 생산하는 국내 유일의 대기업이다. 제조 로봇 세계시장(매출 규모)에서 자동차 분야는 5위, LCD 분야는 3위다. 현대중공업은 점차 대형화되고 있는 LCD 시장에 맞춰 10세대 이상의 초대형 LCD 운반용 로봇도 개발 중이다. 오는 2011년엔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진공 로봇을 개발, LCD 제조 공정에 필요한 모든 로봇 라인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skjung@fnnews.com 정상균기자

■사진설명= (왼쪽)현대로템이 내년에 본격 상용화하는 소방방재 로봇. 사람이 탈 수도 있고 원격조종도 가능하다.
이 로봇은 전방 70m까지 힘차게 소방액을 발사하며 소방포는 340도 회전이 가능하다. 또 1분에 1000ℓ의 물을 발사할 수 있다.
(오른쪽) 현대중공업이 큐렉소와 함께 내년 상반기에 국산화하는 인공관절 수술 로봇 '로보닥'. 현대중공업은 로보닥의 본체 및 제어기를 국산화해 양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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