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스마트폰]증강현실-다시 태어난 현실, 세상을 보는 또다른 窓

[welcome 스마트폰]증강현실-다시 태어난 현실, 세상을 보는 또다른 窓

 지난 2008년 일본 최고의 SF대상인 세이운상을 받은 이소 미츠오 감독의 TV 애니메이션 ‘덴노코일’에는 가까운 미래의 어린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이 작품에는 첨단 기술이 눈에 띄지도 않고 이야기도 요즘과 비슷한 변두리 도시를 배경으로 전개된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한가지 미래의 증거가 보인다. 바로 주인공들이 쓰고 있는 ‘안경’이다.

 이 애니메이션에서 ‘안경’은 현실 세계를 인터넷과 연결하는 통로가 된다. 물건을 보면 그 물건에 대한 정보가 겹쳐 나타나고 벽에 전자 스프레이로 낙서를 하면 안경을 쓴 다른 사람의 눈에만 보이는 식이다. 심지어 안경을 써야만 보이는 ‘전자 강아지’도 나온다.

 이처럼 가상정보와 현실정보를 실시간으로 결합하는 기술이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로 세계 유수의 기술단체와 시장조사업체, 미디어 등이 미래의 혁신기술 중 하나로 꼽고 있는 분야다.

 ◇세상을 보는 또다른 창(窓)=가상정보와 실시간으로 합쳐진 현실은 인간의 감각을 확장시켜준다. 실제로는 볼 수도, 느낄 수도 없는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증강현실은 ‘확장현실’ 기술로도 불린다. 증강현실의 예로 자주 꼽히는 또다른 유명 애니메이션 ‘드래곤볼Z’. 여기에 등장하는 ‘스카우터’는 실시간으로 적의 전투력을 측정, 표시해주는 안경이다.

 이 같은 상상속의 기술이 점차 우리 생활 곁으로 다가서고 있다. 위성위치추적시스템(GPS)를 통해 파악된 사용자 위치 정보를 토대로 주변 건물이나 상점의 연락처·판매제품·거리 등 정보를 알 수도 있고 제품이나 건물을 비추면 관련 웹 정보를 실시간으로 얻을 수 있다. 현실을 비춘 화면에 관련 응용정보가 가미되면서 현실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감각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증강현실은 카메라와 센서, 가상정보를 생성하는 그래픽 기술, 그리고 가상정보와 현실정보를 결합하는 기술과 디스플레이 기술 등이 결합돼야 한다. 특히 가상과 현실정보를 일치시키는 기술은 매우 중요하다. 여기에는 검은색과 흰색 사각형으로 이뤄진 마커나 센서 등이 활용되고 있지만 최근에는 이미지 자체를 인식, 분석하는 기술의 접목도 이뤄지고 있다.

 증강현실은 안경처럼 사용하는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 TV·모니터 등 일반 디스플레이 기기, PDA, 휴대폰 등 모바일 기기, 프로젝터 등을 통해 구현될 수 있다. 이 가운데 최근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주목받고 있는 모바일 기기가 증강현실 구현을 위한 최적의 플랫폼으로 떠오르고 있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컴퓨터를 통해 만들어진 가상정보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증강현실은 가상현실(Virtual Reality)과도 함께 논의된다. 가상현실은 말 그대로 완전히 새롭게 창조된 물건과 공간으로 뜻한다. 인터넷에 가상 세계를 만들어 개인과 기업들이 아바타로 활동하도록 ‘세컨드라이프’를 예로 들 수 있다.

 하지만 증강현실은 현실 정보와 가상 정보가 서로 어우러지며 소통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그 혼합비율로 둘을 구분하기도 하며 또 다른 전문가는 여기에 3D 정보, 사용자와 상호작용 등을 추가하기도 한다. 이미 웹캠과 인터넷을 이용해 자신의 몸에 헤어스타일이나 화장, 의상 등을 적용해보는 서비스, 자동차 앞 유리창에 속도·방향 등 주행 정보를 투사해주는 HUD(Head Up Display) 네비게이션 등이 생활 속에 구현된 증강현실로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게임·의료·교육·국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증강현실 기술이 적용이 시도되고 있다.

 ◇모바일 증강현실(MAR)=최근 몇 년새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전 세계에서 스마트폰 열기가 뜨겁다. 스마트폰은 증강현실을 구현하는데 필요한 대부분의 기능을 갖추고 있다. 주변 환경을 찍는 카메라, 위치를 알 수 있는 GPS, 자세나 밝기를 감지하는 각종 센서, 고성능 칩 등과 3G·와이파이 등을 이용한 무선 통신기능 등이 증강현실을 접목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더욱이 실시간 정보확보와 소통, 구매 등을 중시하는 최근 소비 현상과도 맞아 떨어지면서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증강현실의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게 점쳐지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 사업자들이나 휴대폰 제조업체는 물론이고 기존 소프트웨어 업체들까지도 관련 서비스나 애플리케이션에 주목하고 있다.

 최초의 상용 MAR 애플리케이션으로는 ‘위키튜드(Wikitude)’가 꼽힌다. IT전문 미디어 기즈모도가 주목할 만한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 10선 중 하나로도 꼽은 이 애플리케이션은 위키피디아 등에 등록된 위치 정보를 스마트폰의 카메라 영상과 결합해 보여 준다. 이후 애플 앱스토어에서는 ‘레이어(Layar)’ ‘세카이(Sekai) 카메라’ 등이 출시돼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유명 가방·의류 브랜드인 로에베(Loewe)는 매장을 방문객이 세카이 카메라 애플리케이션이 설치된 스마트폰으로 제품을 비추면 관련 정보와 카달로그를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또 노키아의 ‘Point&Find’도 영화 포스터를 스마트폰으로 찍으면 영화 정보와 평점, 상영극장 위치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아이폰 출시 이후 앱스토어 국내 계정에서도 증강현실이 적용된 애플리케이션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아이폰의 카메라를 거리에 비춰 커피전문점을 찾을 수 있는 ‘아이니드커피(iNeedCoffee)’, 가까운 지하철역을 찾아주는 ‘어디야(Odiyar)’ 등이 출시돼 시선을 모으고 있다.

 사람을 비추면 그 사람과 관련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나 서비스의 등장까지 예상된다. 이미 스웨덴의 디자인 업체인 TAT는 스마트폰으로 얼굴을 비추면 이름과 회사 연락처·직급, 트위터 대화명 등이 또오르는 ‘Augmented ID’라는 서비스의 개념을 소개하기도 했다.

 증강현실은 현재의 정보 제공 서비스를 넘어 제품 구매결제까지 가능한 원스톱 서비스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활용분야도 교육·게임·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로 빠르게 확대될 전망이다.

 하지만 성공적인 시장진입을 위해서는 아직은 불안한 현실과 가상정보간 정합성을 높이는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비즈니스 모델 확보도 과제다.

 증강현실 전문가들은 올해 스마트폰 보급의 급격한 증가로 MAR 산업과 서비스에 대한 기대감이 그 어느때보다 높아지고 있지만 꽃이 피기도 전에 설익은 서비스들로 소비자의 불신을 낳는 일을 경계해야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