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ㆍ콘텐츠 펼칠 미래상에 ‘열광’

로봇ㆍ콘텐츠 펼칠 미래상에 ‘열광’

인천로봇랜드에 2년간 2000억원이 투입돼 모든 세대가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로봇문화체험 테마파크가 들어선다. 또 로봇을 중심으로 콘텐츠와 문화·예술이 한데 융합하는 로봇융합 산업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키우는 전략산업으로 집중 육성된다.

23일 인천로봇랜드·한국콘텐츠진흥원이 후원하고 전자신문이 주관해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로봇융합 콘퍼런스2010’은 국내 최초로 열린 생소함을 넘어 경이로움과 창의성이 한데 모인 새로운 실험의 장이었다. 로봇과 콘텐츠가 펼칠 미래상에 어른 아이할 것이 모두가 열광했다.

국내 로봇콘텐츠의 최대 수요처인 인천로봇랜드의 전의진 대표는 로봇랜드를 4세대 테마파크로서 키우기 위한 로봇콘텐츠 개발전략을 발표했다. 인천로봇랜드를 모든 세대가 공감할 로봇문화체험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서 총 26개 테마에 약 2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후 섹션에는 로봇을 주제로 하는 정상급 배우들이 참여한 예술공연이 펼쳐져서 참석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극단 애니메이션크루는 첨단 로봇기술이 인류에 미칠 긍정적, 부정적 미래를 표현한 마임극을 독특한 형식으로 표현해서 갈채를 받았다.

이인식 과학문화연구소장은 로봇기술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한 눈에 조망하는 강의를 했다. 김혁 63왁스 뮤지엄 대표는 “로봇기술의 부정적 측면에 대한 상상력이 너무 과장됐다”면서 “한국이 로봇콘텐츠 경쟁력을 높이려면 외국에서 주입된 로봇기술에 대한 고정관념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오상록 KIST 로봇시스템 본부장은 교과부가 유아교육용으로 추진하는 R-러닝 사업의 콘텐츠 전략을 발표하면서 아동교육을 위한 보조도구로서 로봇의 활용가능성을 강조했다. 로봇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크게 고조된 가운데 치러진 이번 행사에 대해 콘텐츠업계와 로봇업계는 상호 이해를 증진하고 공감대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고 호평을 했다.

 

◆인터뷰-나가이 고 ‘마징가Z’ 원작자

“어린이의 마음으로 로봇을 바라보는 것이 인기 있는 로봇캐릭터를 만드는 가장 큰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징가Z’의 원작자로 유명한 일본의 나가이 고 화백은 국제로봇융합 콘퍼런스의 첫 번째 기조연설에서 로봇콘텐츠에 목마른 한국인들에게 단순한 접근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마징가Z, 그랜다이저 등 성공적인 로봇콘텐츠를 만드는 비결에 대한 질문을 잇따라 던졌다. 그는 로봇콘텐츠를 육성한다고 전문가들을 대거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로봇콘텐츠의 주수요자인 어린이 입장에서 로봇의 어떤 특성이 매력적인지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마징가가 전 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비결은 빨리 덩치 큰 어른이 되어서 활약하고 싶다는 어린이의 마음을 거대로봇이 사로잡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나가이 고 화백은 현실세계의 로봇기술 개발에 대해서는 현실적 어프로치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스스로 지난 70년대 상상했던 거대로봇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허상이지만 원격조정을 이용한 마징카의 컨셉트는 지금도 유효하다고 말했다.

“영화 아바타를 보면 원격제어로 다른 존재를 조정하는 컨셉트가 나오는데 로봇업계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가이 고 화백은 로봇소재 만화·영화의 전설인 마징가Z의 컨셉트가 실제로는 심하게 폭력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마징가에는 주인공 코지가 타지만 악당로봇에는 인간을 태우지 않았습니다. 악역이라도 죽여버리면 어린이 정서에 나쁘기에 기계로봇만 파괴하도록 한 것이죠.” 만화에서 폭력적인 영웅은 오락성을 위해서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만화 속에서 즐기는 것으로 끝나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 로봇콘텐츠 업계에 다른 나라의 콘텐츠를 따라가지 말라며 진심어린 충고를 했다. “멋진 로봇을 만들고 싶다면 우선 남과 다른 독창적인 로봇캐릭터를 만들겠다는 창작자의 굳은 신념이 가장 중요합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