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테크]분신형로봇 체계

퓨로의 WIND.
퓨로의 WIND.

 제임스 카메론의 3차원(3D) 영화 ‘아바타’에서 나비족을 공격하는 쿼리치 대령(스티븐 랭)은 로봇과 일체가 되어 날뛴다. 마치 옷을 입듯 덩치 큰 로봇을 걸친 채 무자비한 주먹질로 착한 나비족과 지구인을 괴롭히는 것. 쿼리치가 원투 펀치를 내밀며 이른바 ‘입는 로봇(AMP:Amplified Mobility Platform)’을 선보인 셈인데, 엄밀하게는 ‘근력 증폭(Amplified) 기계’다.

 근력 증폭 기계(로봇)는 생각보다 인류 생활 가까이에 있다.

 특히 미국 국방부가 지난 2000년부터 적극적으로 개발을 지원한 끝에 90㎏짜리 짐을 쉽게 들어올리거나 82㎏짜리 무게를 2㎏ 정도로 줄여주는 체계가 이미 구현됐다. 한 사람이 82㎏짜리 짐을 2㎏처럼 다룰 수 있는 것은 곧 전투력의 증대를 뜻한다. 미 국방부가 지원을 아끼지 않는 이유다.

 과학기술계는 이미 사람과 로봇(기계) 사이를 연결해 거의 모든 동작을 일체화(약 95%)한 것으로 보인다. 웬만한 동작은 로봇을 이용해 할 수 있는 셈이다.

 일본 퓨쳐로보틱스테크놀로지센터(퓨로·FURO)는 분신형 로봇 체계를 선보여 눈길을 모았다.

 무선 지능형 통신기기(WIND:Wireless Intelligent Networked Device)를 이용해 로봇을 원격 조종한다. 사람이 움직이는 대로 로봇이 따라 한다.

 조종 체계도 복잡하지 않다. 밉스(MIPS:Million Instructions Per Second) 266㎒ 중앙처리장치(CPU), 128MB짜리 램(RAM) 한 개, 64MB 롬(ROM) 두 개를 갖춘 PC로 모든 동작을 조종할 수 있다. 운용체계(OS)로는 리눅스를 썼다.

 생활 주변의 보통 컴퓨터(PC)와 통신망으로 얼마든지 로봇을 원격 조종할 수 있는 것이다.

 ‘입는 로봇’이 인류 생활에 소중한 도우미가 될 태세다. 어렵고 힘든 일에는 더욱 유용할 것이다.

 다만, 영화 ‘아바타’에 등장한 쿼리치 대령과 같은 전쟁광에게나 어울릴 전투형 입는 로봇은 “미안하지만, 정말 밉상”이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